태백산배 전국3쿠션당구대회 취소: 신뢰와 소통의 실패

지난 20일, 대한당구연맹은 2025 태백산배 전국3쿠션당구대회(이하 태백산배)의 전격 취소를 발표하며 당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6월 18일 강원도 태백시에서 개최 예정이던 이 대회는 전문체육선수와 생활체육선수가 함께 어우러지는 전국 규모의 행사로 기대를 모았으나, 시상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결국 취소라는 극단적 결정을 맞았다. 이 사태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당구연맹의 소통 부재와 운영 미숙이 드러난 중대한 사건이다.

 

<출처> 매일경제 홈페이지_태백산배 전국3쿠션당구대회 취소 안

 

논란의 핵심: 지역상품권과 생활체육선수의 반발

태백산배의 취소 사유는 생활체육선수 시상금(총 2640만 원)을 ‘태백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려는 결정에서 비롯됐다. 태백시와 태백시의회의 보조금 집행 방침에 따른 이 정책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정작 대회 참가자인 생활체육선수들의 현실적 필요와 기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의 전형이었다. 당구는 생활체육선수들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 열정과 시간, 비용을 투자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이들에게 현금 대신 사용처가 제한된 지역상품권을 시상금으로 지급한다는 발상은 그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처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중대한 결정을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고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당구연맹과 주최 측의 태도다. 대회 참가신청을 하루 연기하고, 급기야 취소 결정을 내린 과정을 보면, 연맹은 논란의 심각성을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거나, 예측했음에도 이를 방치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생활체육선수들을 단순한 대회 참여자로만 여기는, 그들의 목소리를 경시한 결과다.

 

<출처> 빌리어드&스포츠 홈페이지_공식 SNS 취소 안내

 

신뢰의 위기: 당구연맹의 책임 회피

당구연맹은 취소 공지에서 “사전 조율과 안내 부족”을 인정하며, 공정하고 원활한 대회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책임 회피에 가까운 변명으로 들린다. 전국 규모의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지역상품권 지급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사전에 투명하게 논의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운영 실패다. 연맹은 이번 사태가 “당구계 전체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정작 그 신뢰를 깬 주체는 연맹 자신이다.

 

더구나 연맹이 제시한 개선 방안—시상 기준 수립, 운영 가이드라인 정비, 리스크 관리 강화—는 추상적이고 당연한 원론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참가자들과의 소통 방안이 빠진 이 공언은 오히려 연맹의 안일한 태도를 부각할 뿐이다. 생활체육선수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순히 “빠른 시일 내 대체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출처> 빌리어드&스포츠 홈페이지_2024 대회 전경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태백산배의 취소는 단순한 대회 하나가 사라진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당구연맹이 생활체육의 가치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참가자들과의 소통에 얼마나 무성의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당구는 전문 선수뿐 아니라 생활체육선수들에게도 열정과 커뮤니티를 공유하는 소중한 무대다. 이들을 단순히 지역 경제 활성화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정책은 당구 문화의 본질을 훼손한다.

 

당구연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첫째, 대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요 결정 사항을 참가자들과 사전에 공유해야 한다. 둘째, 생활체육선수들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시상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상품권 지급이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는 참가자들의 동의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맹은 이번 사태로 상처받은 당구 동호인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과와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마치며

태백산배의 취소는 당구연맹의 소통 부족과 운영 미숙이 초래한 자초지종의 결과다. 생활체육선수들의 열정을 외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은 연맹의 태도는 당구계 전체에 불신을 키웠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당구 문화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연맹이 진정으로 “성숙하고 신뢰받는 당구대회 운영”을 약속한다면, 이제는 말뿐인 공언이 아닌 행동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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